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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정책

골목 가게가 복지를 할 수 있다면 — 2013년 나눔가게 기획의 기록

2013-01-01 지역공동체사회복지나눔문화

2013년 초, 나는 한 가지 질문에서 기획을 시작했다. 복지는 반드시 정부가 직접 전달해야 하는가. 예산을 편성하고, 수당을 지급하고, 담당자가 가정을 방문하는 방식이 전부인가. 골목 가게가, 동네 식당이, 미용실 원장이 복지의 한 축을 담당할 수는 없는가.

그 질문에서 나온 것이 '나눔가게 가맹점을 통한 경로·장애인 우대시책'이다. 구조는 단순하다. 제천 시내의 요식업소와 이미용업소 45개소를 모집해 가맹점으로 지정하고, 만 65세 이상 노인과 중증장애인이 이용할 때 일정 금액을 할인해 주는 방식이다. 당시 제천의 65세 이상 인구는 시내동만 1만 4천여 명, 읍면 지역까지 합치면 2만 명을 넘었다. 중증장애인만도 2,250명에 달했다. 이들이 매일 식당에 가고, 머리를 자르고, 동네를 오가는데, 그 일상의 공간이 복지의 접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기존 사례들과의 차별화 지점을 명확히 하는 데 공을 들였다. 동작구의 유사 사업은 스티커 한 장 붙여주고 쓰레기봉투 40장 지원하는 수준이었는데, 결과적으로 가맹점의 적극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업소 수가 줄어드는 추세였다. 천안시의 복지할인카드는 수혜자가 별도 카드를 꺼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낙인처럼 작용해 이용자가 사용을 기피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었다. 두 사례는 선의로 설계됐지만, 업소 입장에서의 메리트가 부족했고 이용자의 심리적 장벽을 고려하지 못했다.

나눔가게 기획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가맹업소가 단순한 협조자가 아니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기존의 스티커 표지판 대신 포인트 간판을 제작해 배포하는 방안을 넣었다. 작은 차이처럼 보이지만, 가게 앞에 붙은 안내물이 초라한 스티커냐 빛이 나는 인증 간판이냐는 업주의 심리에서 전혀 다르게 작동한다. 사회복지 공헌업소라는 이미지, 시 홈페이지와 SNS·전광판을 통한 홍보, 우수 업소 사례 이벤트까지 묶어, 가맹점에게 이 참여가 '손해 보는 일'이 아니라 '가게 브랜딩에 도움이 되는 일'로 인식되도록 설계했다.

연간 할인 예상액은 279백만원 이상으로 추산했다. 요식업 25개소에서 하루 20명이 1,000원씩 할인받고, 이미용업 20개소에서 하루 10명이 2,000원씩 할인받는다고 가정한 수치다. 시가 직접 지출하는 예산은 첫해 2,100만 원, 사업 정착 이후에는 연 1,200만 원이다. 정부가 1,200만 원을 쓰는데 민간에서 2억 7,900만 원 규모의 복지 혜택이 흘러가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이 기획은 당시보다 지금 더 유효한 논리 위에 서 있다. 사회적경제, 공동체 돌봄, 지역 상권과 복지의 연계 같은 개념들이 2013년 이후 훨씬 풍부하게 논의되고 제도화됐다. 나눔가게 기획이 담고 있던 직관, 즉 복지는 행정이 독점하지 않아도 되며 지역의 민간 공간이 그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지금의 언어로 바꾸면 '지역 돌봄 생태계 구축'이다.

그 기획서 맨 끝에 나는 문제점도 솔직하게 적었다. 기존 경로 할인업소와의 형평성, 사후관리의 어려움, 인센티브의 한계. 답이 부족한 항목도 있었지만, 그 한계를 문서 안에 함께 적어 넣는 것이 기획자의 최소한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좋아 보이는 것만 적은 계획서는 실행 단계에서 반드시 구멍이 드러난다.

골목 가게가 복지를 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열린 질문으로 남아 있다. 제도가 뒷받침되고 인센티브가 충분하고 운영자가 지속적으로 관리한다면, 그 답은 '그렇다'에 가까워진다. 2013년의 기획서 한 장은 그 가능성에 대한 실무자의 첫 번째 메모였다.

도시경영학적 관점

정부가 1,200만 원을 쓰는데 민간에서 2억 7,900만 원 규모의 복지 혜택이 만들어지는 구조를 설계했다는 것은, 지금 돌아봐도 잘 짜인 기획이었다. 행정이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 효율이 낮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방식을 유지하는 이유는, 민간 참여를 지속시키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가맹점 명패와 홍보 지원이 가맹업소의 자발성을 유지하는 핵심 설계라는 것을 당시에 알았고, 지금도 그 판단은 맞다. 45개소에서 시작해 확대하는 경로보다 중요한 것은 참여 업소가 '손해 보는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 감각 관리가 사업의 지속성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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