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자는 왜 열쇠꾸러미를 들고 다녀야 했나 — 2017년 청사 보안 제안의 기록
2017년, 나는 제천시청 사회복지과에서 당직 근무를 마치고 나서 이 제안서를 썼다.
당시 제천시청의 야간 보안 방식은 단순했다. 당직자가 퇴근 후 청사의 모든 사무실을 돌며 각 현관문의 지정 열쇠로 일일이 잠금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사무실마다 열쇠가 다르고, 창문 개방 여부도 눈으로 직접 봐야 했다. 보안이라기보다는 순찰에 가까웠다.
문제는 효율이 아니라 구조였다. 어느 사무실이 경비 상태인지 당직실에서 한눈에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전산화된 모니터링 화면 하나 없이, 모든 확인은 두 발로 직접 걸어서 해야 했다. 비상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어느 지점인지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내가 제안한 것은 복잡한 기술이 아니었다. 각 사무실 출입문에 카드 또는 지문 인식 시스템을 달아 최종 퇴근자가 1차 보안을 처리하고, 당직자는 마스터카드로 2차 확인만 하면 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각 사무실과 창문의 경비 상태를 당직실 모니터로 볼 수 있게 하자는 것. 지금으로 치면 아주 기본적인 스마트 보안 인프라다.
이 제안의 본질은 보안 강화보다는 당직 업무의 합리화에 있었다. 야간 당직은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돌아가며 서는 근무다. 그 시간이 비효율적인 열쇠 순찰로 채워지는 한, 당직 근무의 질도, 실제 보안 수준도 나아지기 어렵다. 시스템이 사람의 짐을 덜어줘야 사람이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다.
행정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이게 왜 이렇게 불편한가' 하는 순간을 경험한다. 그 불편함을 그냥 참고 넘어가는 것과, 제안서 한 장으로 남기는 것은 다르다. 2017년의 나는 그 차이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 습관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도시경영학적 관점
당직 순찰에 쓰이는 시간이 따로 집계된 적은 없겠지만, 당직자 1인이 열쇠 확인에 쓰는 시간을 연간으로 환산하면 카드인식 시스템 구축비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감각은 있었다. 새 인력을 채용할 예산이 없다면, 기존 사람이 같은 시간에 더 중요한 일을 할 수 있게 시스템이 짐을 져야 한다. 야간 당직의 역할이 '순찰'에서 '모니터링'으로 바뀌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설계의 문제에 가깝다.
이 제안이 한 번에 전 청사에 적용될 필요는 없다. 보안 위험이 높은 부서 한두 곳에서 시작해 운영 데이터를 쌓고, 그것으로 예산 근거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인 경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