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공무원, 밤에는 박사과정생
2026년 박사논문 최종본을 지도교수님께 제출하기 이르렀다. 제목은 「세무행정에서의 납세자 주소지와 사업장 소재지 간 공간적 분리의 결정구조」. 140만 건의 사업자 데이터를 분석해 납세지와 물건지가 일치하지 않는 비율이 33%에 달한다는 사실을 실증한 연구다. 지방세 행정의 구조적 맹점을 수치로 드러낸 논문이지만, 나에게 이 논문은 단순한 학위 요건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10년 전 수행하던 담당업무로 파악한 일을 이제서야 학위논문으로 작성한 기록이 거기 담겨 있기 때문이다.
처음 대학원에 발을 디딘 건 민선7기 제천시와 세명대학교의 계약학과로 일반대학원 도시경영학과 석사 과정이었다. 낮에는 시청 업무, 밤에는 강의실. 주말이면 논문 자료를 펼쳤다. 공무원이 대학원을 다니는 것이 드문 일은 아니지만, 그것이 실제로 어떤 감각인지는 해본 사람만 안다. 업무가 길어지면 강의를 빠져야 했다. 두 가지를 온전히 잘 하기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덜 못 하는 쪽을 선택하는 일의 연속이었다.
박사 과정은 그보다 더 험했다. 많은 사람이 그 상황에서 포기하거나 우선순위를 바꾼다. 나는 조직 안에서의 평가와 학문적 성취는 다른 트랙 위에 있다고 생각했고, 그 판단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본다.
연구 주제를 잡은 것도 책상 앞에서가 아니라 현장에서였다. 지방세 업무를 담당하게 된 것이 계기였다.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부딪혔던 질문이 있었다.
왜 어떤 사람은 "제천에 사업장을 두고 있으면서 세금은 다른 곳에 내는가", "납세지와 물건지가 달라지는 구조는 어디서 비롯되는가". 그 간극이 지역 간 재정 불균형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이 질문들은 학문적 호기심이 아니라 실무의 불편에서 왔다. 데이터가 현장에 있었고, 문제의식도 현장에서 자랐다.
박사논문을 마무리하고 나서 나에게 남게 되는 것은 학위증 한 장이 아니다. 실무 경험이 이론과 맞닿는 지점을 스스로 찾아낸 경험, 무언가를 끝까지 해본 사람만이 갖게 되는 조용한 자신감이다.
낮에는 공무원으로, 밤에는 연구자로. 그 두 트랙이 이제 한 자리에서 만났다. 앞으로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지, 아직 쓰이지 않은 페이지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