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목록
삶의 기록

비틀린 쌍곡면 기둥 — 사그라다 파밀리아

2026-06-09 에세이건축여행에스파냐

2015년 여름, 바르셀로나의 열기 속에서 사그라다 파밀리에 성당 앞에 섰을 때 첫인상은 당혹감에 가까웠다. 네 개의 탑이 아직 비계로 싸여 있었고, 정면 파사드 옆에는 크레인이 꽂혀 있었다. 공사 현장이었다. 그럼에도 압도됐다. 1882년 착공. 내가 서 있던 2015년까지 이미 133년이었다.

외부벽면의 섬세한 조각들에 또다시 감탄하고 내부로 들어서자 감각이 뒤집혔다. 기둥들이 나무처럼 가지를 치며 천장으로 퍼져 있었고, 빛은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기둥 사이로 산란되어 석조 건물 안에 있다는 사실을 잊게 만들었다. 숲 속에 들어온 것 같았다. 나중에 알게 됐다. 가우디는 이 공간을 실제로 숲으로 설계했다. 기둥은 나무이고, 천장의 빛은 수관(樹冠)을 통과하는 햇살이다. 미학이 아니라 구조였다.

기둥을 자세히 보니 비틀려 있었다. 원통 기둥이 아니라 나선처럼 돌아가며 올라가다가 일정 높이에서 갑자기 사라지고, 거기서 또 다른 쌍곡선이 시작됐다. 이것이 가우디가 설계한 쌍곡면(hyperboloid) 기둥이다. 두 직선이 비틀린 방향으로 교차하면 곡면이 만들어지는데, 그 면은 어느 방향의 하중에도 분산 저항한다. 수직 하중뿐 아니라 측면 하중도 흡수하기 때문에, 전통 고딕 성당에서 필수였던 외부 버팀벽(플라잉 버트레스)이 사그라다 파밀리에에는 없다. 가우디는 외벽에 힘을 빼내는 대신 내부 구조 자체가 힘을 삭히게 했다. 구조가 장식이 되고, 장식이 구조가 되는 방식이었다.

가우디는 이 계산을 컴퓨터 없이 했다. 실을 천장에 매달고 거기에 모래주머니를 달아 자연스럽게 늘어지는 형태를 사진으로 찍은 뒤 그 사진을 뒤집으면 최적의 아치 구조가 나온다고 한다. 지금도 사그라다 파밀리에 지하 박물관에는 그 현수선 모형이 남아 있다. 그 옆에서 현재 건설팀은 3D 프린터와 소프트웨어로 같은 형태를 구현한다. 시대가 달라도 원리는 같다.

올해, 143년 만에 외관이 완성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중앙의 예수 그리스도 탑이 자리를 잡고, 여러개 탑의 스카이라인이 마침내 완성됐다고 한다. 2015년에 그 비계 속에서 봤던 탑들이 지금 어떤 모습일지, 그 쌍곡선 기둥들이 지금도 같은 방식으로 빛을 나누고 있을지 생각한다.
가우디는 1926년에 트램에 치여 죽었다. 완공을 보지 못하고. 설계는 그의 사후에도 계속됐고, 그 쌍곡선 기둥들은 지금도 같은 방식으로 빛을 받고 있다. 그 성당에 한 번 더 들어가 보고 싶다. 완성된 지붕 아래에서, 같은 자리에 서서.

🏠 홈 소개 연구 칼럼 제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