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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정책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2026-07-18 공무원재난행정

어떤 성공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7월 18일 토요일 오전 10시 28분, 자연재난팀장이 짧은 문장 하나를 올렸다. "피해사항은 없습니다." 그게 전부였다. 그리고 그 문장 하나로 며칠간의 긴장이 끝났다.

그 메시지가 올라오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대화방 기록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14일 폭염주의보 해제, 16일 오후의 호우예비특보 가능성 예고, 17일 저녁 부시장이 올린 국무총리 지시사항, 밤 11시의 강우량 보고, 그리고 이튿날 새벽 4시 10분의 "호우예비특보 변경 발표". 새벽 5시 58분에도 누군가는 사진을 올리고 있었다.

이 대화방에서 눈에 띄는 것이 있다면, 언어의 균일함이다. "상황관리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기상상황을 수시로 모니터링하겠습니다." "비상대응태세를 철저히 유지하겠습니다." 형식은 반복되고, 단어는 겹치고, 문장은 닮아 있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의례적으로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문장들을 쓰는 사람들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안다. 새벽 4시에, 금요일 밤 11시에, 토요일 아침 6시 반에. 집이 아니라 상황실에서, 혹은 손에 든 전화기 앞에서. 퇴근하지 못한 채 교대도 없이 이어지는 긴장 속에서, 그 균일한 문장들은 의례가 아니라 자세를 잃지 않으려는 노력의 언어라는 생각이 든다.

시장의 메시지는 짧았다. "일단 최소인원이 대응에 만전기하시고 상황발생시 지혜롭게 대처하십시요. 휴일인데 고생많습니다." 오전 7시 정각이었다. 격식도, 긴 말도 없이. 그 짧음이 오히려 무게를 가졌다.

재난 대응의 이상한 점은, 잘 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세월교가 잠기고 캠핑객이 고립되는 사태가 벌어졌다면 뉴스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때, 이 대화방에 오간 수십 개의 메시지들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는다. "피해사항은 없습니다"가 모든 것을 요약하고, 대화방은 조용해진다.

행정의 많은 부분이 그런 것 같다. 보이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는 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도록 준비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성공이지만, 그 성공은 숫자로도 보도로도 치하로도 남지 않는다. 남는 것이라곤 밤새 빠져나간 체력과, 다음 비 예보를 기다리는 피로뿐이다.

이 대화방을 보면서 자꾸 생각하게 된다. 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새벽 4시에 특보 변경을 손수 타이핑하고, 밤 11시에 강우량 사진을 찍어 올리는 방식이 최선인지. 더 좋은 방법이 있지 않을까. 자동으로 집계되고, 시스템이 먼저 알리고, 사람은 판단에만 집중할 수 있는 구조가 가능하지 않을까.

고마운 마음과 함께, 그 고마움이 매번 반복되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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