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하는 프로젝트를 정리하지 못한 한 달
정리노트도 밀렸고, 칼럼도 두 달 가까이 새 글이 없다. 사이트 이름은 "나를 정리하는 프로젝트"인데, 정작 나를 정리하지 못한 채로 여름을 보냈다.
이유를 굳이 찾자면 바이브코딩이었다. 칼럼 하나를 올리려면 마크다운에 글을 붙이고, 슬러그를 정하고, 사진 경로를 맞추고, 배치 파일을 실행하는 절차가 있는데, 그 절차 자체를 자동화하는 일에 빠져 있었다. `publish.py`가 GitHub API로 사이트 전체를 밀어 올리게 만들고, `build_columns.py`가 칼럼 목록에서 개별 페이지를 뽑아내게 만들고, 정리노트는 마크다운 하나만 고치면 알아서 HTML로 바뀌도록 손을 봤다. 집을 짓느라 정작 그 집에서 살지 못한 한 달이었다.
이상한 일이다. 도구를 잘 만들어두면 콘텐츠는 더 쉽게 나와야 하는데, 도구를 만드는 동안은 콘텐츠가 나오지 않는다. AI에게 코드를 맡기고 결과를 확인하고 오류를 고치는 그 반복이, 생각보다 사람의 시간을 많이 가져간다. 자동화는 미래의 나를 위한 투자라고 스스로를 설득했지만, 그 사이 현재의 나는 정리노트 한 줄도 못 쓰고 있었다.
그런데 이 산만함이 완전히 헛된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지방행정 현장에서 느낀 것 중 하나는, 반복되는 일일수록 그 일을 처리하는 구조를 한 번 손봐두면 나중에 훨씬 편해진다는 것이다. 보도블럭 보수든, 칼럼 발행이든, 매번 사람이 손으로 하던 일을 시스템이 대신 떠맡으면, 사람은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이번에 손을 본 자동화 구조도 결국 그런 방향이었다. 칼럼 하나 올리는 데 걸리던 손품을, 이제는 명령어 하나로 줄일 수 있게 됐다.
다만 배운 것도 있다. 도구를 만드는 재미와 도구를 쓰는 목적은 다른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것. 자동화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리면, 정작 그 자동화로 무엇을 하려 했는지를 잊게 된다. 나는 칼럼을 쉽게 올리려고 시스템을 만들었지, 시스템을 만들려고 칼럼을 미룬 게 아니었는데, 어느새 순서가 바뀌어 있었다.
이제 도구는 어느 정도 갖춰졌다. 남은 건 그 도구로 다시 글을 쓰는 일이다. 밀린 정리노트부터,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