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정책
체육관이 놀이터가 되는 겨울 — 2019년 실내놀이터 제안의 기록
제천은 겨울이 길고 춥다. '제베리아'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겨울방학은 달갑지 않은 계절이다. 미세먼지가 짙어지는 날이면 바깥 놀이는 아예 포기해야 하고, 실내 놀이공간은 제한적이다. 민간 키즈카페는 입장료가 부담스럽고, 도심 안에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무료 공간은 사실상 없다.
2019년, 체육진흥과에 근무하던 나는 이 제안서를 냈다. 겨울방학 기간 동안 제천체육관을 무료 실내놀이터로 개방하자는 것이었다.
방법도 단순했다. 공기주입식 놀이기구와 휴게코너, 체험코너를 배치하고, 민간단체가 운영을 맡으면 된다. 소요 예산은 약 2,000만 원으로 추산했다. 체육관은 겨울이면 비어 있는 시간이 많다. 이미 있는 공간을,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방식으로 쓰자는 제안이었다.
없는 것을 짓자는 말이 아니었다. 있는 것을 잘 쓰자는 쪽에 가까웠다. 새 시설을 짓는 데는 수십억이 들고 수년이 걸린다. 하지만 이미 존재하는 체육관의 문을 15일만 다른 방식으로 열면, 수천 명의 아이들에게 겨울방학의 기억을 만들어줄 수 있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는 거창한 인프라가 아니라, 이런 작은 결정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것 아닐까 싶다. 이미 있는 체육관의 문을 15일만 다른 방식으로 여는 것, 그것이 수천 명의 아이들에게 겨울방학의 기억을 만들어주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