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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정책

체육관이 놀이터가 되는 겨울 — 2019년 실내놀이터 제안의 기록

2019-05-01 지역공동체아동정책공공시설

제천은 겨울이 길고 춥다. '제베리아'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겨울방학은 달갑지 않은 계절이다. 미세먼지가 짙어지는 날이면 바깥 놀이는 아예 포기해야 하고, 실내 놀이공간은 제한적이다. 민간 키즈카페는 입장료가 부담스럽고, 도심 안에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무료 공간은 사실상 없다.

2019년, 체육진흥과에 근무하던 나는 이 제안서를 냈다. 핵심은 하나였다. 겨울방학 기간 동안 제천체육관을 무료 실내놀이터로 개방하자는 것이었다.

방법도 단순했다. 공기주입식 놀이기구와 휴게코너, 체험코너를 배치하고, 민간단체가 운영을 맡으면 된다. 소요 예산은 약 2,000만 원으로 추산했다. 체육관은 겨울이면 비어 있는 시간이 많다. 이미 있는 공간을,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방식으로 쓰자는 제안이었다.

이 제안에 담긴 철학은 '없는 것을 만들자'가 아니라 '있는 것을 잘 쓰자'였다. 새 시설을 짓는 데는 수십억이 들고 수년이 걸린다. 하지만 이미 존재하는 체육관의 문을 15일만 다른 방식으로 열면, 수천 명의 아이들에게 겨울방학의 기억을 만들어줄 수 있다. 작은 예산으로 큰 체감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이었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는 거창한 인프라가 아니라, 이런 작은 결정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것 아닐까 싶다. 이미 있는 체육관의 문을 15일만 다른 방식으로 여는 것, 그것이 수천 명의 아이들에게 겨울방학의 기억을 만들어주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일 수 있다.

도시경영학적 관점

공공자산 활용률이라는 개념을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겨울방학 내내 비어 있는 체육관에 유지비만 나가는 구조는 납득하기 어렵다. 2천만 원짜리 제안이 살아남기 어려운 이유는 예산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효과가 당장 눈에 안 보이기 때문이다.

민간 위탁 운영이 핵심이다. 행정이 직접 운영하면 인건비와 관리 부담이 생기지만, 운영을 맡길 단체가 있으면 행정은 공간만 내주면 된다. 그 단체가 지역 안에서 뿌리를 내릴수록 사업 지속성도 높아진다. 한 번 해보고 이용자 반응을 보면, 다음 해 예산 근거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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