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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정책

전화 한 통으로 다 되어야 한다 — 2020년 통합 ARS 제안의 기록

2020-01-01 행정혁신납세편의디지털행정

2020년, 세정과에서 일하던 나는 이런 장면을 자주 봤다. 부동산이나 차량 매매를 앞둔 시민이, 혹은 법무사나 매매상 직원이 전화를 걸어온다. "거래 전에 체납 세금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요." 그러면 담당자는 이렇게 답한다. "지방세는 저희 과에서 확인해 드릴 수 있는데, 교통 과태료는 교통과에, 환경개선부담금은 환경과에 따로 전화하셔야 해요."

민원인은 부서마다 따로 전화를 돌려야 하고, 각 부서 담당자는 같은 상담 전화를 하루에도 수십 번 반복한다. 2019년 기준으로 차량 이전 건수가 7,165건, 부동산 거래가 5,418건이었다. 이 거래들 대부분이 세금·과태료 확인 전화를 거친다고 보면, 중복되는 행정 비용이 상당하다.

내가 제안한 것은 '보이는 ARS'였다. 대표 전화번호 하나로 전화하면, 주민번호 입력만으로 지방세·과태료·환경개선부담금·경찰서 과태료까지 모든 부과 내역이 스마트폰 화면에 뜨고, 신용카드로 그 자리에서 납부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인터넷과 모바일에 익숙하지 않은 납세자도 전화 한 통으로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게 하자는 구상이었다.

핵심은 통합이었다. 시민의 관점에서 '제천시'는 하나의 주체인데, 행정은 여러 부서로 쪼개져 있었다. 그 쪼개짐의 불편함을 시민이 감수하는 구조를 바꾸고 싶었다. 납세자가 부서를 알 필요 없이, 전화 한 통으로 자신과 관련된 모든 납부 정보를 확인하고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디지털 행정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위택스와 간편결제가 많이 발전했지만, 2020년 당시 신용카드 전화 납부는 불가했다. 그 간극을 메우자는 제안이었다.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연결이 없어서 생기는 불편함. 행정 혁신의 많은 부분은 사실 이런 '연결의 문제'에 가깝다.

도시경영학적 관점

2019년 기준 연간 1만 2천 건이 넘는 거래에서 부서마다 따로 전화를 받는 구조가 실제로 어떤 비용을 만드는지는 한 번도 제대로 집계된 적이 없다. 집계가 없으니 문제의식도 생기지 않는다.

이 제안에서 기술보다 어려운 것은 부서 간 연계다. 지방세 시스템과 교통 과태료 시스템이 분리된 이유는 기술적 한계가 아니라 각 부서가 별개로 운영되어 왔기 때문이다. API 연동 가능성을 확인하는 일이 기술팀의 몫이라면, 그 연동을 누가 주도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은 행정의 몫이다. 디지털 취약 계층을 위한 유선 채널을 남겨두는 것은 옵션이 아니라 출발점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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