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 텐트를 치면 어떤 일이 생길까 — 2021년 도심캠핑 제안의 기록
제천 시내에는 캠핑장이 없다. 정확하게는, 캠핑을 하러 제천에 오는 사람은 많지만, 제천 '도심에서' 캠핑을 하는 사람은 드물다. 황둔, 충주, 영월, 단양 — 이 이름들이 주변 캠핑족의 입에서 먼저 나온다. 제천은 그 중간 어딘가를 통과하는 곳으로만 머문다.
2021년, 나는 여기서 출발하는 제안서를 한 장 냈다. 제목은 "감성제천 도심캠핑". 내용은 단순했다. 구동명초등학교 자리에 생긴 여름광장 — 당시만 해도 용도가 확정되지 않아 비어 있던 그 공간 — 에 한 달 동안 텐트를 치자는 것이었다. 무료로. 매주 금·토·일, 신청한 시민과 관광객이 도심 한복판에서 캠핑을 하는 것이다.
없는 걸 새로 만들지 말고, 있는 것을 다르게 써보자
예산은 5천만원. 텐트와 테이블을 새로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비품을 최대한 끌어다 쓰고, 운영은 사회적 기업에 맡기는 방식이었다. 수도와 화장실 같은 임시 부대시설 설치가 가장 큰 비용이었고, 나머지는 사람을 모으고 행사를 기획하는 데 썼다.
콘텐츠는 캠핑 그 자체에 그치지 않았다. 로컬푸드 판매, 제천의 재료를 활용한 캠핑 요리경연대회, 국제음악영화제 상영작 야외 상영, 노래자랑, 에어바운스 놀이터. 캠핑을 빌미로 사람을 불러 모으고, 그 사람들에게 제천의 것들을 경험하게 하는 구조였다. 도심 캠핑장이 아니라 작은 축제였다.
왜 '도심'이어야 했나
교외 캠핑장과 도심 캠핑의 차이는 단순히 위치가 아니다. 도심에 텐트가 생기는 순간, 그 주변 상권이 살아난다. 아침에 텐트를 걷고 나서 근처 카페에 들르고, 저녁엔 골목 식당을 찾는다. 캠핑객은 숙박객이 되고, 숙박객은 소비자가 된다.
제천의 도심 공동화는 오래된 문제다. 대형마트가 들어서고, 차량 중심 개발이 이어지면서 걸어다닐 이유가 없는 도심이 됐다. 텐트 하나를 광장에 치는 것은 그 흐름을 잠깐이나마 되돌리는 실험이다. 비용 대비 파급 효과가 가장 큰 방식의 도심 활성화이기도 하다.
2021년의 맥락: 코로나와 비어 있는 광장
2021년은 코로나 2년차였다. 모든 행사가 취소되고, 광장은 말 그대로 비어 있었다. 그 비어 있음을 역으로 이용하자는 발상이었다. 야외 오픈에어, 개별 텐트로 격리되는 구조, 자연스러운 거리두기 — 캠핑은 그 자체로 방역 친화적 여가 형태였다. "모일 수 없는 시대에 모이는 방법"을 캠핑이라는 형식으로 풀어낸 것이다.
이 제안 또한 사장됐지만, 제안의 방향은 지금도 유효해 보인다. 코로나가 지나고 캠핑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지금은 오히려 더 현실성 있는 기획이 됐고, 당시 상상했던 것보다 더 넓은 시장이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
제천이 '캠핑의 메카'라는 슬로건을 가지려면, 사람들이 제천 안에서 텐트를 쳐본 기억이 있어야 한다. 경유지가 아니라 목적지가 되는 것은, 광장 하나에 텐트를 치는 것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
잔디 광장이 아니면 어떤가. 땡볕의 공터도 좋고 제천시청 주차장도 좋다. 어떻게든 오게 만드는 거다.
도시경영학적 관점
광장 부지를 몇 년간 비워두는 것과 한 달간 캠핑장으로 쓰는 것 사이에 들어가는 비용 차이보다, 방문객 1인당 소비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것이 더 값지다. 그 데이터가 쌓이면 관광 인프라 투자 방향이 보인다.
이 사업의 진짜 목표는 캠핑 자체가 아니다. 제천의 도심이 야간에도 사람이 머무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로컬푸드와 지역 상인 연계까지 묶으면 단일 행사가 아니라 도심 야간경제의 실험이 된다. 코로나가 지나고 캠핑 인구가 늘었다. 2021년의 제안이 지금은 더 실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