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풍호 옆 빈집이 호텔이 되는 날
제천에 관광객이 오지 않는 게 아니다. 연간 1천만 명이 온다. 전국 규모의 체육대회만 해도 한 해에 100개를 넘긴다. 국제음악영화제가 열리고, 청풍호가 있고, 의림지가 있다. 그런데 매년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숙박이 없다. 정확히는, 사람들이 묵을 만한 곳이 없다. 대형 호텔은 감당이 안 되고, 모텔은 내키지 않고, 그렇다고 제천에서 민박을 쉽게 구할 수도 없다.
이상한 일이다. 동시에, 제천 곳곳에는 집이 비어 있다. 도심의 원도심 일대에는 상권이 빠져나간 자리에 빈 건물과 방치된 가옥이 늘어나고 있다. 청풍면, 수산면, 금성면 같은 농어촌 지역에는 한때 별장이나 전원주택으로 지어졌다가 지금은 찾는 이 없이 묵혀진 집들이 적잖다. 관광객은 잠잘 곳이 없다고 하고, 집은 비어 있다. 이 모순이 2024년 제천의 현실이다.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제안을 한 적 있다. 도심의 빈집과 농어촌의 유휴주택·별장을 정비해 체인형 브랜드 숙박시설로 전환하자는 내용이다. 이름하여 '제천형 숙박 체인 사업'. 개별 주택을 시가 직접 매입하거나 소유자와 협약을 맺어 리모델링한 뒤, 통합된 브랜드로 운영하고 전문 사업체가 예약·위생·서비스를 관리한다는 구조다.
핵심은 프랜차이즈 모델에 있다. 가맹 형태로 참여하는 집은 개소당 1천만 원 수준의 초기 투자로 브랜딩·교육·운영 매뉴얼을 제공받는다. 직영으로 운영되는 빈집은 5천만 원 내외의 시설 정비 후 운영비를 충당하는 구조다. 숙박 수요가 일시에 집중되는 체육대회나 축제 기간에는 이 분산된 숙박 거점들이 하나의 네트워크처럼 작동해 수용력을 높인다.
비슷한 시도가 이미 다른 지역에서 시작됐다. 경주 황촌마을은 빈집을 복원해 한옥 형태의 마을 호텔로 운영하고 있고, 정선군의 '마을호텔 18번가'는 폐광 지역의 주택들을 연결해 숙박 블록을 만들었다. 두 사례 모두 단순한 숙박 제공을 넘어, 지역 식재료와 문화 프로그램을 결합해 체류형 관광의 기반을 만들고 있다. 제천이 참고할 수 있는 경로가 이미 열려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벽이 하나 있다. 지금 법령상 도시민박업은 외국인 관광객만 숙박할 수 있도록 제한되어 있다. 내국인이 제천의 민박 혹은 주택형 숙박시설에 묵으려 해도, 이를 합법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이 사실상 막혀 있다는 뜻이다. 제천형 숙박 체인이 실현되려면 이 법적 공백을 해소하는 특례 조항 또는 지방 조례 수준의 제도적 뒷받침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 다만 특례로 "도시재생 구역"에는 내국인 숙박업이 가능하다는 정선군의 사례가 있기는 하다.
이 제안을 단순한 관광 사업으로만 보면 핵심을 놓친다. 이것은 도심공동화를 늦추는 방법이기도 하고, 농어촌 유휴자산에 새 용도를 부여하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방치된 집은 세금도, 지역 경제에 기여도, 사람도 붙들어 두지 못한다. 그 집이 숙박지로 전환되는 순간, 작은 수익이 생기고, 관리가 시작되고, 누군가 그 골목에 들어온다. 물리적 공간이 살아있으면 그 주변도 버티기 쉬워진다.
청풍호 옆 별장이 민박이 되고, 원도심 빈집이 게스트하우스가 되는 날. 그날이 오면 제천의 빈집 문제와 숙박 부족 문제가 동시에 조금씩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제안 한 줄이 그 가능성의 문을 쥐고 있다.
도시경영학적 관점
이 제안이 빈집 정비를 넘는다고 보는 이유는 숙박비가 지역에 머무는 구조 때문이다. 대형 프랜차이즈 호텔은 객실 수익이 본사로 올라간다. 청풍호 옆 민박이 수익을 내면 그 돈은 그 골목에 남는다. 연간 1천만 명이 오는 제천에서 하룻밤을 머물게 만드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관광 수입의 규모를 결정한다는 것은, 사실 특별한 분석이 아니라 당연한 계산이다.
문제는 도시민박업이 내국인에게 허용되지 않는 현행 규정이다. 정선군의 도시재생 구역 특례 사례가 있지만, 그것을 제천에 끌어오려면 법적 근거를 만드는 일이 먼저다. 파일럿 운영은 그 이후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