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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정책

보도블럭 하나가 바꾸는 것들 — 땜질 행정에서 스마트 관리로

2025-09-15 도시환경스마트행정

매년 반복되는 풍경이 있다. 봄이 오면 겨우내 들뜨고 침하된 보도블럭을 보수하는 작업반이 동네 골목을 훑는다. 여름이 오면 빗물에 씻겨 다시 들뜬다. 가을이면 가로수 뿌리가 블럭을 밀어 올린다. 담당 공무원은 민원 전화를 받고, 현장을 확인하고, 업체에 연락하고, 보수를 지시하고, 다음 해에 같은 자리를 다시 보수한다. 땜질이 땜질을 낳는 구조다.
<img src="/img/sidewalk_cheongjeondong.jpg" alt="가로수 뿌리로 들뜬 보도블럭 — 청전동 인근" style="width:100%;max-width:340px;border-radius:8px;margin:0.5rem auto;display:block;">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비효율이 아니라는 점이다. 보도블럭 들뜸으로 인한 낙상 사고는 연간 수백 건 이상 발생하고, 이는 곧 영조물 배상 청구로 이어진다. 담당자의 업무 부담, 예산 낭비, 도시 미관 저해, 시민 불편이 모두 한 덩어리로 묶여 있다. 사후 보수가 반복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사전 예방보다 사후 대응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이 인식을 바꾸는 것이 구조 전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2025년, 나는 이 문제를 구조적으로 풀어보려는 제안서를 냈다.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AI와 GIS를 활용한 스마트 관리다. 드론과 카메라로 파손 현황을 자동 탐지하고, 시민 신고 앱과 연동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지도에 반영한다. 담당자는 현장을 일일이 확인하는 대신 데이터를 검토하고 승인하는 역할로 전환된다. 행정 처리의 간소화이자 사전 예방 체계로의 전환이다.

둘째, 재활용 체계 구축이다. 철거된 보도블럭 중 상태가 양호한 것은 세척·강도 검사 후 재사용하고, 파손된 것은 분쇄해 골재로 재활용한다. 건설폐기물 처리 비용을 줄이면서 자원 순환 효과도 얻는다. 탄소중립·ESG라는 흐름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셋째, 통계 기반 공법 다양화다. 보수 이력과 파손 빈도 데이터를 축적하면 구간별 맞춤 공법을 적용할 수 있다. 보행량이 많은 곳, 침수가 잦은 곳, 가로수 뿌리가 문제인 곳 — 같은 블럭을 깔더라도 조건이 다른데, 지금은 모든 곳에 같은 방식을 쓴다. 데이터가 쌓이면 이 비합리성이 해소된다.

이 제안이 단순한 기술 도입 아이디어로 읽힌다면, 절반만 이해한 것이다. 핵심은 행정의 작동 방식을 바꾸는 데 있다. 사후 처리에서 사전 예방으로, 주먹구구식 판단에서 데이터 기반 결정으로, 부서 간 칸막이에서 협업 체계로. 보도블럭이라는 작은 인프라를 통해 제천시 행정 전체의 패러다임을 실험해볼 수 있다.

3년에서 5년 안에 초기 구축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는 추산도 있지만, 나는 그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민이 안전하게 걷는 도시, 담당 공무원이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는 행정, 그리고 데이터가 쌓이면서 점점 정확해지는 도시 관리 체계 — 그것이 진짜 기대효과라고 생각한다.

가로수 뿌리 하나가 보도블럭을 밀어 올리는 데는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행정 구조가 바뀌는 데는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 그래도 제안은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구가 쌓이고 사례가 축적될수록, 그 문은 더 빠르게 열릴 수 있다.

도시경영학적 관점

사후 보수와 사전 예방의 비용 차이를 정밀하게 계산하기는 어렵다. 보수 비용은 예산 항목에 잡히지만, 담당자가 민원 전화를 받고 현장을 확인하고 업체에 연락하는 시간은 어디에도 집계되지 않는다. 그 보이지 않는 비용이 반복될수록 예방적 투자의 실질 가치는 커진다.

철거된 블럭 재활용 체계나 통계 기반 공법 다양화는 이 제안이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는 증거다. 같은 블럭을 깔아도 조건이 다른 자리에 같은 방식을 쓰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고, 데이터가 쌓이면 그 비합리성이 수치로 드러난다. 드론과 AI 탐지 시스템은 도입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 데이터를 어떻게 쓰느냐가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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