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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정책

청풍호 수경분수...

2025-11-01 청풍호지역행정

청풍호 수변에 150m짜리 분수가 있다. 2000년 조성 당시국내 최대 높이였으며, 150만 충북도민의 염원을 담는다는 의미도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타 지역에 152m짜리가 생기면서 최대 높이라는 타이틀은 퇴색됐지만, 청풍호의 명물임은 틀림없다.

가로세로 정사각형 모양의 바지선 안에 수백마력의 거대한 디젤엔진이 들어 있고, 엔진의 예열시간을 거쳐 그 엔진이 엄청난 양의 물을 뽑아올려 공중으로 쏘아 올리는 구조다. 바지선 안으로 들어가보면 30년 된 디젤엔진과 주변 장비들이 오래된 박물관을 방불케 할 정도다.

2000년 당시 '국내 최대'라는 말이 지방 소도시에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는, 그때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서울 한강변이나 대형 테마파크에서나 볼 법한 거대 시설을 청풍호 수면 위에 세웠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개장 첫 해에는 분명히 사람들이 왔을 것이다.

이 괴물분수는 원격으로 작동하지만, 유지보수나 경유 주유를 위해서는 별도의 선박을 띄워야 한다. 매년 엔진오일과 각종 부품, 오일류를 교체하고, 별도의 점검 용역도 들어간다. 경유만 연간 1억 원 가까이 먹어치웠다. 이 모든 것이 물을 뿜어올리기 위한 비용이다.

나는 선제적으로 돈 먹는 하마인 이 시설을 어떻게 할 것인지 내부 검토를 거쳐 민선8기 시장님께 보고드렸다. 방향은 폐기 또는 단축운영 이었다. 있던 것을 없애는 건 쉽지 않아, 당시로서는 단축운영 그것이 가장 솔직한 답에 가까웠다.

검토 보고를 끝내고 단축 운영 안내문과 홈페이지 수정, 보도자료 배포를 마치고 분수 운영시간을 대폭 줄였다. 주중 4회, 주말 5회 운영하던 것을 주말·공휴일로만 돌리고, 평일은 쉬게 했다.
아직도 노후한 분수는 남아 있다. 기계는 닳고, 부품은 단종되고, 비용은 오르는데도 분수는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보러 오는 사람이 없는 날에도 어김없이 물을 쏘아 올리고 있다.

쓸모를 잃은 시설이 예산을 계속 먹으면서 버텨가는 것, 지방행정 안에 있다 보면 낯설지 않은 장면이다.

시끄러운 엔진 대신 예쁜 수상 조형물은 어떨까 생각해봤다. 물 위에 달이 떠 있는 것처럼, 조용히, 그 자리에. 명월처럼.

청풍호는 분수가 없어도 충분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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