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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기록

대장님,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 제천불꽃대와 함께한 시간의 기록

2026-04-08 에세이자원봉사삶의기록

2021년 제천불꽃대 스카우트 활동 계획서를 보게됐다. 4월 대원 모집부터 12월 스키캠프까지, 월별로 빼곡하게 채워진 일정표가 거기 있다. 선서식, 캠프스쿨, 가족캠프, 인성캠프, 에버랜드, 기능스쿨, 롯데월드, 스키캠프. 컵스카우트 27명, 스카우트 4명, 지도자 7명. 총 38명.

그 계획서를 만든 사람은 당시 제천시청 청소년 담당 정태영 팀장님이다.

내가 스카우트 대장을 맡게 된 건 거창한 이유에서가 아니었다. 아이들과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막상 시작하고 나니 생각보다 할 일이 많았다.

코로나가 기승이던 2021년, 야외 행사를 기획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다. 캠프 일정을 잡으면 방역 단계가 올라가 취소됐고, 다시 잡으면 또 조정이 필요했다. 계획서 맨 아래에 적은 문장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코로나19, 예산 및 활동 시간에 따라서 다른 활동으로 조정되거나 병행될 수 있습니다." 불확실한 시대에 그나마 할 수 있는 최선의 문장이었다.

그 해의 캐치프레이즈는 "하나 되는 우리"였다. 제천스카우트 지역대 원년을 선언하면서 붙인 말이다.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현장에서 그 말은 꽤 실제적이었다. 서로 처음 만난 아이들이 텐트를 함께 치고, 야외요리를 같이 망치고, 밤에 레크리에이션을 하면서 소리를 지르다 보면 진짜로 하나가 됐다. 어른도 마찬가지였다. 학부모 자원봉사자, 대학생 로버대원, 지도자들이 각자의 역할로 그 자리를 채웠다.

인성캠프는 영주 선비문화수련원에서 진행했다. 다례, 국궁, 전통음식, 사군자 서예. 아이들이 처음엔 지루해했다. 스마트폰 없이 먹물을 갈고, 활시위를 당기고, 차를 달이는 그 시간이 낯설었을 것이다. 그런데 두 번째 날 오후, 국궁 과녁에 화살을 꽂고 소리를 지르던 아이의 눈빛이 기억난다. 그날의 자신감은 교실에서 나오는 종류가 아니었다.

스카우트 대장을 하면서 내가 배운 것은 아이들보다 내가 더 많았는지 모른다. 계획대로 안 되는 일을 받아들이는 법, 38명의 서로 다른 속도를 맞춰가는 법, 준비한 것이 기상 악화로 무너졌을 때 그 자리에서 다른 것을 만들어내는 법. 공직이 가르쳐준 것과 겹치는 부분이 있었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오는 부분도 있었다.

지금은 대장 역할을 내려놓았다. 그래도 그 시간이 남긴 것은 분명하다. 아이들이 처음 선서를 외우던 목소리, 캠프 마지막 날 아침 텐트를 정리하던 손길, 진급식에서 배지를 달아주며 악수를 나누던 순간들. 공문서에는 기록되지 않는 종류의 성과들이다.

준비하고, 수고를 나누고 추억은 아이들에게 남긴다. 아이들이 처음 선서를 외우던 목소리, 캠프 마지막 날 아침 텐트를 정리하던 손길이 지금도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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