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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정책

국공유재산 용도폐지 — 사후 민원 대응에서 사전 정비 체계로

2026-05-06 행정혁신지방행정재산관리

건설 부서에서 국공유재산 용도폐지 업무를 담당하면서, 현장에서 가장 먼저 마주친 것은 공부(公簿)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었다. 수십 년 전부터 도로 부지로 지정된 땅이 실제로는 주민이 담장을 치고 텃밭을 일구며 살아온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적도에는 도로인데 현장에는 집이 있고, 도로대장에는 등재되어 있는데 아스팔트는 옆 필지에 있는 상황이다.

이 간극이 본격적인 문제로 터지는 시점이 있다. 새로운 주민이 들어올 때다. 귀농·귀촌 인구가 늘면서 농촌 지역에서 이 유형의 분쟁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빈집을 매입하거나 새로 집을 지을 때, 이주민은 경계 확인을 위해 측량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그 측량 결과가 수십 년간 당연하게 사용해온 공간이 사실은 국공유 도로 부지였음을 드러내면서 분쟁이 시작된다. 토착민 입장에서는 오래 써온 길이 갑자기 문제가 된 것이고, 이주민 입장에서는 자신이 매입한 토지 경계가 침해받는 상황이다. 행정 입장에서는 두 주민 사이에 끼어 수십 년 묵은 지적 문제를 정리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현행 프로세스의 구조

국공유재산 용도폐지는 행정재산, 즉 도로·하천·구거 등 특정 용도로 지정된 국공유지가 그 기능을 사실상 상실한 경우 일반재산으로 전환하고 처분하는 절차다. 통상적인 흐름은 이렇다. 주민이 민원을 제기하면 담당자가 현장 조사에 나선다. 실제 도로 기능 여부, 대체 도로 확보 여부, 인접 토지와의 경계 현황을 확인하고, 관계 부서 협의를 거쳐 용도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정확한 경계 확정을 위한 측량이 필요하며, 측량비는 신청인이 부담한다. 용도폐지 결정 이후에는 재산관리 부서로 업무가 넘어가 감정평가를 거친 뒤 수의계약 또는 공개 매각 절차로 이어진다.

절차 자체는 명확하다. 문제는 이 절차가 시작되는 조건이다.

'민원 대기' 구조의 한계

현행 체계에서 용도폐지는 민원이 접수되어야 시작된다. 주민이 불편을 느끼고, 분쟁이 생기고, 신청서를 작성해 접수해야 행정이 움직인다. 그러나 농촌 지역의 토착민 상당수는 자신이 수십 년간 사용해온 공간이 국공유 도로 부지라는 사실 자체를 모른다. 알 필요도 없었다. 그 길을 막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문제는 외부에서 새 주민이 들어오면서 잠들어 있던 공부(公簿)와 현실의 불일치가 수면 위로 올라올 때 발생한다.

귀농·귀촌 맥락에서 이 분쟁의 성격은 단순한 토지 경계 문제를 넘는다. 토착민 입장에서는 '새로 온 사람이 우리 동네 길을 막는다'는 감정이 쌓이고, 이주민 입장에서는 '행정이 잘못 관리한 문제를 왜 내가 감수해야 하나'는 불만이 생긴다. 양쪽 다 틀린 말이 아닌 상황에서 담당자는 법령과 현장과 감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한다. 이 갈등이 반복되는 이유는 결국 사전 정비가 없었기 때문이다.

세 가지 개선 방향

첫째, 귀농·귀촌 유입 전 사전 지적 정비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농촌 인구 유입이 예상되는 지역, 빈집 정비 사업 대상 지역을 중심으로 도로대장과 지적도를 사전에 대조하고 불일치 부지를 미리 정리해두면 이주 시점에 분쟁이 발생하는 것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 건설 부서·지적 부서·재산관리 부서가 협업하여 5년 단위 전수조사 체계를 갖추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둘째, 측량비 부담 기준의 명확화와 안내 강화다. 용도폐지 단계에서의 핵심 비용은 측량비이며 신청인 부담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 사실을 민원인에게 충분히 안내하지 못해 절차 중간에 신청을 포기하거나 불만이 쌓이는 사례가 반복된다. 접수 단계에서 측량비 규모와 부담 주체를 명시한 안내문을 표준화해야 한다. 감정평가는 용도폐지 이후 재산관리 부서가 매각 단계에서 진행하는 별개의 절차임을 주민에게 명확히 설명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셋째, 인접 소유자 우선매수 절차의 표준화다. 용도폐지 후 소규모 잔여 부지가 독립적으로 활용되기 어려운 경우, 인접 토지 소유자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러나 지자체마다 수의계약 적용 기준이 달라 민원인 입장에서 예측 가능성이 낮다. 이 기준을 조례 또는 지침으로 명문화하고 처리 기간 기준도 함께 정비할 필요가 있다.

귀농·귀촌 정책이 확대될수록 농촌 지역의 국공유재산 분쟁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주민이 들어올 때마다 수십 년간 방치된 지적 불일치가 드러나고, 그때마다 토착민과 이주민 사이의 갈등이 행정 창구로 쏟아진다. 이 흐름은 이미 예측 가능하다. 민원이 접수되어야 파악되는 구조에서 벗어나, 인구 유입이 예상되는 시점 이전에 먼저 정비하는 방향으로 업무 설계 자체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담당자의 역량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그 역량이 발휘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제도 개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사후 갈등 비용이 사전 정비 비용보다 크다는 것은 원칙으로는 맞지만, 현장에서 그것이 5년 단위 전수조사의 예산 근거가 되려면 계산이 구체적이어야 한다. 담당자가 수개월에 걸쳐 두 주민 사이에서 조정을 반복하는 행정 비용은 어디에도 집계되지 않는다. 그 비용이 보이지 않으니 사전 정비 예산을 편성할 근거도 만들기 어렵다.

측량비 부담 기준 안내와 인접 소유자 우선매수 기준 명문화는 비교적 쉬운 개선이다. 귀농·귀촌 인구 유입이 예상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도로대장과 지적도를 대조하는 전수조사 체계는 더 어렵지만, 분쟁이 반복될수록 그 필요성은 분명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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