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로 도심을 살리겠다던 그 계획 — 다시 뛰는 제천
2019년 3월, 제천시에 스포츠마케팅팀이 최초로 신설된 그 당시 첫 담당자인 나는 첫 번째 작업으로 "스포츠마케팅 종합계획 보고서"를 완성했다. 목표는 거창했다. '스포츠마케팅으로 다시 뛰는 도심, 희망경제도시 실현.' 전국 규모 대회를 공격적으로 유치하고, 청풍호와 4계절 축제를 스포츠 대회와 연계하고, 웰빙과 힐링이 결합된 전지훈련 메카로 도약한다는 내용이었다. 추경예산 3천만 원을 편성하고, 유튜브와 SNS로 홍보를 강화하고, 시민참여형 대회로 전환한다는 세부 계획도 있었다.
7년이 지난 지금, 그 계획을 다시 꺼내 읽는다. 당시에는 몰랐던 것들이 보이고, 당시에는 보였던 것들이 지금은 더 선명해졌다.
방향은 옳았다 — 그리고 그것은 여전히 유효하다
당시 보고서에 담긴 방향은 지금 봐도 틀리지 않는다. 가성비를 고려한 학교 연계·기업후원 대회 유치, 관광지와 연계한 스포츠 대회, 만족도 피드백을 통한 운영 개선. 스포츠 이벤트를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지역 경제와 관광을 함께 끌어올리는 마케팅 수단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당시 기초지자체로서는 적지 않은 인식의 전환이었다. 그 관점은 지금도 제천에 필요하고, 앞으로도 유효하다.
다만 계획이 현실이 되려면 내부 구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그 과정에서 배웠다. 종목 단체들의 보조금 상향 요구, 특정 종목에 편중된 가성비 낮은 행사, 스포츠마케팅 전략보다 단체 내 역학관계가 대회 개최를 결정하는 구조 — 이 문제들은 열정만으로는 넘기 어려운 벽이었다. 그 벽을 직접 경험하면서, 좋은 계획이 살아 움직이려면 제도 설계가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구조를 바꾸면 현장이 달라진다
보조금 집행의 효율·투명성 제고 방안으로 당시 보고서에는 "회장·전무 운영업장 이용 기피, 공인회계사 정산, 정치적 중립"이 명시되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 항목들은 당시 현장의 과제를 정직하게 담은 문장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여전히 체육 행정이 풀어야 할 숙제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단체에 보조금을 내려보내기 전에 사업 기획 단계부터 성과 지표를 설계하고, 집행 과정을 외부 정산으로 검증하며, 담당자가 원칙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을 제도적으로 만드는 것. 이것은 특정 단체나 사람을 비난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구조가 바뀌면 사람의 행동도 달라질 수 있다. 담당자가 원칙대로 일했을 때 인정받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체육 행정은 지금보다 훨씬 단단해질 수 있다.
제천에는 아직 쓰지 않은 자원이 있다
보고서에 담긴 항목 중 지금도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은 "지역특화 스포츠 대회 발굴·육성"이다. 제천의 청풍호, 월악산, 벚꽃길, 의림지를 코스에 넣은 사이클 대회나 트레일런 이벤트는 그 자체로 콘텐츠가 된다. 대형 경기장이 없어도 된다. 자연이 경기장이기 때문이다. 시가 직접 기획하고 발주하는 특화 이벤트는 종목단체의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제천만의 색깔을 담을 수 있는 방법이다. 전국 어디에도 없는 대회를 제천이 만들어낼 수 있다.
다시 뛰어야 할 때다
7년 전 그 보고서를 지금 다시 쓴다면, 목표 문장은 바꾸지 않겠다. '다시 뛰는 도심'이라는 표현은 여전히 제천에 절실히 필요한 말이다. 다만 거기에 한 문장을 더하겠다. 스포츠 대회가 끝난 뒤에도 참가자들이 제천을 기억하고, 다시 오고 싶어지는 경험을 설계하는 것. 대회를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를 경험시키는 것. 그 관점으로 스포츠 이벤트를 바라볼 때, 훨씬 적은 예산으로도 더 오래 남는 효과를 만들 수 있다.
2019년의 계획은 실패한 것이 아니다.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준비였다. 제천만의 콘텐츠를 설계할 준비가 지금 더 많이 갖춰져 있다. 스포츠마케팅팀이 처음 만들어지던 그 출발선으로 다시 돌아가, 이번에는 더 단단하게 뛰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도시경영학적 관점
방문팀과 응원단의 숙박·식음 소비가 지역에 얼마나 머무느냐가 스포츠 이벤트의 실질 가치를 결정한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지만, 지자체 스포츠 행정에서 이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회 유치 건수와 참가 인원이 성과 지표가 되어 있는 동안, 방문객이 지역에서 얼마를 쓰고 갔는지는 파악되지 않는다.
청풍호·월악산·의림지를 코스로 활용하는 특화 이벤트의 가장 큰 장점은 대형 경기장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시가 직접 기획하면 종목단체 의존도가 낮아지고 수익 구조도 단순해진다. 기업 스폰서십은 참가자 소비 데이터가 쌓인 이후에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 그 순서가 중요하다.